내과 박원장 후기, 이서진이 망가질수록 웃기고 짠해지는 드라마


이서진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대머리 분장부터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보다 보면 분장보다 더 웃긴 건 박원장이 처한 현실이다.

의사가 됐는데 돈 걱정이 끊이지 않고, 병원을 열었는데 환자가 없어 고민이다.

분명 코미디인데 어딘가 짠하다. 그래서 더 웃기고, 묘하게 공감된다.

의사도 결국 먹고사는 게 문제다

티빙 드라마 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12부작 시트콤이다.

주인공 박원장은 오랜 시간 공부한 끝에 자신의 이름을 건 내과를 개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다.

환자는 생각만큼 오지 않고 월세와 직원 월급, 대출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통 의학 드라마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구하며 감동을 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환자 한 명이 병원 매출과 연결된다.

처음에는 박원장이 속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의사이기 전에 병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니까.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를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는 것도 재주다.

이서진의 망가짐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놀라운 건 이서진이다.

평소 반듯하고 진지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가 탈모 분장은 물론이고 온갖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몸을 던진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다.

표정도 과장되고 상황도 황당하다. 웹툰을 그대로 옮긴 듯한 연출까지 더해지니 정신없는 장면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적응이 된다.

오히려 이서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할 때 더 웃기다.

라미란이 연기하는 사모림도 빼놓을 수 없다.

박원장 못지않게 독특한 인물이라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면 평범한 부부의 대화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서로를 위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각자의 욕망이 먼저 튀어나온다.

이런 뻔뻔함이 드라마의 재미를 살린다.

웃기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다

물론 호불호는 갈릴 만하다.

과장된 표정과 B급 개그, 갑작스러운 패러디가 계속 등장한다.

잔잔한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의외로 현실적인 이야기가 보인다.

오랜 노력 끝에 꿈을 이뤘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편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

박원장도 분명 바라던 의사가 됐지만 정작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 모습이 우습다가도 안쓰럽다.

결국 은 잘나가는 의사의 성공담이 아니라 하루하루 버티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이서진의 대머리가 웃겼는데 끝에 가면 박원장의 고단한 표정이 더 기억난다.

가볍게 웃으려고 시작했다가 먹고사는 현실까지 떠올리게 되는 드라마.

엉뚱하고 유치한데, 그래서 더 사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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